[네이버포스트 기고문] 하종은 : 카프성모병원 알코올치료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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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서 한 실수이니 감형해주세요? - 주취범죄에 대하여
[하종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20년 말 초등학생을 납치, 성폭행한 조두순이 출소합니다.
주취감형으로 12년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올해 10월 초에는 거제도에서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50대 여성을 30분간 무차별 폭행하여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주취자의 강력 범죄가 잇따르고, 그들이 ‘술에 취해서 한 실수라며 감형을 주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공분을 샀습니다.
심신미약자 감형의무조항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올 11월에는 이를 폐지하자는 ‘김성수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도박 중독의 치료 원칙 중 하나로 이런 것이 있습니다.
“도박으로 인해 진 빚을 가족이 대신 갚아주지 마라.”
중독으로 인한 책임을 대신 해결해주거나 경감해주면 중독 행동을 고착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모든 중독 문제에도 적용됩니다.
술을 마시고 벌인 범죄 행위를 경감해주면 회복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위에 두 사건을 벌인 가해자는 중독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하룻밤의 악몽은 아닐 것입니다.
술을 먹고 하는 실수는 습관화되고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처음 벌어진 사소한 실수를 방치하면, 점점 극단적인 폭력이나 범죄로 이어집니다.
조두순은 전과 17범이고 2차례는 음주로 인한 감형을 받았습니다.
음주 습관이 범죄로 진행될 수 있겠다는 것은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예측 가능한 일입니다.
그에 불구하고 이를 방치했기 때문에 술 문제도 심각해지고, 범죄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책임도 따라야 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다면 이를 방치한 우리 사회도 책임이 있습니다.
주취감형을 폐지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취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할 수 없다면 말입니다.
술 때문에 범죄를 일으킨 사람이, 출소한 이후에 다시 술을 입에 댄다면 사고는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그것이 술, 알코올 사용장애의 특징입니다.
많은 주취자들이 ‘사고 당시 저는 필름이 끊겨서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라고 주장합니다.
이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당사자만 알겠지요.
하지만 술로 인해 충동 조절의 어려움을 겪는 것은 확실합니다.
술을 먹으면 폭력적인 성향을 띄는 사람은 이후 자신에게 주어질 징벌이나 뒷감당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취 감형 폐지가 아니라 주취 가형을 한다고 해도 범죄율이 줄어들지는 의문입니다.
주취 범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주취 범죄를 막으려면 그가 일으킨 행위에만 집중하는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를 유발하고 통제할 수 없게 하는 술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합니다.
따라서 술로 인한 범죄 행위에 대해서 악화 가능성, 위험성을 평가하여 치료를 명령하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도 이 법이 도입되었습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범죄와 연루되기 전이나, 경범죄 수준인 초기에 치료의 기회를 만날 수 있다면 범죄의 가능성을 더욱 낮출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필름 끊김’을 유쾌한 에피소드로 여기는 사회.
술 먹고 하는 실수를 호기로 여기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과연 주취 범죄를 관리할 수 있을까요?
술이 일으키는 문제에 관대해서는 안 됩니다.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본인과 가족, 전문가, 사회와 국가가 머리를 맞대어야 합니다.
* 하종은
카프성모병원 알코올치료센터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중독특임위원회/중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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